기념주화 공개 질의(월간서예)
---
<2014.1월호 서예문화> ‘기념주화 도안 설명’에 대한 공개 질의
- 박병천 교수의 한글 주화 디자인 해설을 보고-
*(사)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
*한글학회부설 한글서체연구원 원장
*부산한글학회 회장
문학박사 허경무
박병천 교수(이하 박 교수)가 설명을 붙여 소개한 도안을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고, 또 만일 이 자료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거나 잘못이 있은 채로 주화가 제작되었다면 합당한 조치가 불가피하리라 생각된다.
화폐 도안은 역사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므로 사회에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되고 상징성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혹 잘못된 학설을 근거로 했거나 설명에 보편타당성이 없다면 이를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글은 오직 한글만을 생각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하는 고언임을 밝히면서 박 병천 교수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질의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필자(질의자)의 의견을 함께 덧붙이면서 객관적 판단과 서술을 위해 존칭은 생략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필자가 보기에는 이 도안은 합당성과 논리성이 없어 보인다. 박 교수는 ‘원방상형설’이란 것을 만들어, 마치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나 학설의 하나처럼 표현하고 있다.(2013.11.27. 한국은행 보도자료. 12.27. 보증서 내용)
이 자료에는 박 교수의 저서 ‘한글궁체연구(1983)’의 훈민정음 제자 원리를 시각화한 ‘한글 자음 및 모음 체계도’를 토대로 재구성 디자인하였다고 밝혔고, 박 교수는 따로 해설서를 붙여 도안 구성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아래의 글은 박 교수가 기념주화 제작과 관련하여 서예잡지를 통해 직접 설명한 글이다.(동그라미 숫자는 필자가 붙였음)
①훈민정음 자음 열십(+)자 도형은 ②원방상형설(圓方象形說)에 의해 ③자음의 근원인 ㅁ을 중심에 놓고 ④ㅁ을 대각선 방향으로 끊어(切) 우측에 ⑤아음 ㄱㅋㅌㅍ을 만들고, 좌측에는 설음 ㄴㄷㄹㅌ을 만든다. 이어 상측에 ㅁ을 기본으로 ⑥모서리를 굽혀(屈) ㅇ,ᅌ,ㅎ을 만든다. ㅁ의 하측에는 ㅁ을 대각선으로 자른 ㄱ을 좌측으로 ⑦45도 방향으로 돌려(反) ⑧ㅅ,ㅿ,ㅈ,ㅊ을 만든다.
훈민정음 ⑨모음 +자 도형은 천지인의 원리에 따라 ⑩天ㆍ을 기본 중심으로 하고 상측에 점의 연장선(連) 地ㅡ를 기본으로 더 상측에 가점하여 ㅜ,ㅠ를 만든다. 우측에 人l을 기본으로 우측에 가점하여 ㅏ,ㅑ를 만들고, 좌측에 가점(加)하여 ㅓ,ㅕ를 만든다. (박병천 해설서)
이상의 ⑪자음과 모음 십자도를 겹쳐서 원획형의 한글기념주화용 ⑫훈민정음체계도를 디자인하였다. (이하 생략)
<질의 1>
①훈민정음 자음 열십(+)자 도형과 ②원방상형설(圓方象形說)이 훈민정음 제자 원리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만일 실체도 없는 잘못된 것을 바탕으로 나라에서 기념주화를 만들게 된다면, 그 잘못에 대한 책임 또한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을 해준 이에게 있음을 인정하는지?
<필자 의견>
기념주화는 훈민정음 자음 열십(+)자 도형으로 제작되었고, 원방상형설(圓方象形說)을 근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열십자도형이나 원방상형설은 아마도 박 교수가 만들어 붙인 용어로 보인다. 그러나 만일 실체도 없는 조작된 설이나 잘못된 것을 바탕으로 기념주화가 만들어졌다면 결코 그냥 넘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잘못이 있다면 곧 시인하고 바르게 고치거나 파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질의 2>
③의 ‘자음의 근원인 ㅁ을 중심에 놓았다’에서 ㅁ이 자음의 근원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무엇인가?
<필자 의견>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모든 자음은 발성기관을 형상화하였고 ‘ㅁ’은 ‘ㅂ,ㅍ’과 같은 입술소리로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함께 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겨지는데, 박 교수는 ‘ㅁ’을 모든 자음의 근원이라 주장하면서 가운데에 임의로 도안함으로써 한글의 제자 원리까지 조작한 결과가 되었다. 주장한 근거가 없다면 이 도형은 거짓이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주화 또한 잘못 만들어진 것이 된다.
<질의 3>
④에서 ‘ㅁ’을 대각선(좌상우하의 대각선을 가리키는 듯)으로 끊은 이유와, ‘ㅁ’을 중심으로 오른쪽, 왼쪽으로 자음자들을 구분하여 나열한 합리성은 있는 것인가?
<필자 의견>
왜 ㅁ을 대각선(좌상우하 형태여야 하는지의 설명도 필요)으로 끊어야 하는지 그 합리성을 찾을 수가 없다. 한글의 자음 ㄱ과 ㄴ은 발성기관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미 학계에는 그 제자 원리가 뚜렷이 밝혀져 있다. 그런데도 박 교수는 막연한 자신의 생각을 마치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인 것처럼 설명하면서 당위성과 합리성을 조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질의 4>
⑤의 ‘우측에는 아음 ㄱㅋㅂㅍ을 만들고, 좌측에는 설음 ㄴㄷㄹㅌ을 만든다.’고 한 것은 분류를 틀리게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필자 의견>
박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이 도형은 잘못 만들어진 것이고, 자음 체계를 왜곡한 것이다.
훈민정음 제자 원리에 ‘ㅁㅂㅍ’은 설음(입술소리)인데 여기에는 ‘ㅂㅍ’을 아음(어금닛소리)과 뒤섞어 놓고 있다. 또 아음으로 ‘ㄱㅋ’ 외에 ‘ᅌ’도 함께 분류하고 있지만, 이 도형에서는 서로 다르게 구성하고 있어 잘못되었다.
따라서 훈민정음 제자 원리에 어긋나는 박 교수의 이 도형과, 이를 토대로 만든 기념주화는 세상에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국민들은 판단하지 싶다.
<질의 5>
⑥의 ‘모서리를 굽혀(屈) ‘ㅇ,ᅌ,ㅎ'(ㅎ앞 ᅙ이 빠진 듯)을 만든다.’고 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말하며,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필자 의견>
아마도 ㅁ의 모서리를 굽혀(모나지 않게 둥글게 만든다는 표현인 듯) ‘ㅇ,ᅌ,ㅎ'(ㅎ앞 ᅙ이 빠진 듯)을 만든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게 무슨 의도로 훈민정음 제자원리를 마음대로 꾸며내는지 알 수가 없다. 입술소리(순음)와 목구멍소리(후음 ᅌ은 어금닛소리로 분류됨)는 만들어진 근본이 다르며, 목구멍소리 ㅇ은 입술소리 ㅁ의 모서리를 굽혀서 만든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세상에 뚜렷이 밝혀져 있는 바다.
<질의 6>
⑦의 ‘45도 방향으로 돌려(反)’와 ⑧의 ‘ㅅ,ㅿ,ㅈ,ㅊ을 만든다.’고 말한 근거는 무엇인가?
<필자 의견>
박 교수는 ㄱ이나 ㄴ을 45도 돌리면 ㅅ이 된다고 했지만, 제자 원리로 봐서도 근거가 없고 도형 수치상으로도 맞지 않은 말이다. ㄱ의 정방형(바른네모꼴)을 45도 돌린 ㅅ은 정방형이 절대로 될 수가 없고, 넓고 납작해져서 정방형의 기본 틀을 벗어나게 된다. 얼른 보기에 비슷하다고 해서 함부로 속단한 억지 주장 같고, 한글의 제자 원리를 파괴하는 위험천만한 일로 여겨진다.
<질의 7>
‘⑨모음 +자 도형은 천지인의 원리에 따라 ⑩天ㆍ을 기본 중심으로 하고 상측에 점의 연장선(連) 地ㅡ를 기본으로’에서 天ㆍ이 모음의 기본 중심이 된다고 말한 근거는 무엇이며, 天ㆍ인 점의 연장선(連)이 地ㅡ라고 한 뜻은 무엇인가?
<필자 의견>
박 교수의 모음 +(열십)자 도형을 보면, 밝은 소리계통인 ㆍ(아래아)모음자를 ㅏ,ㅑ와 함께 구성하지 않고 가운데로 따로 구성한 것은 제자 원리상 맞지 않다고 본다. 또 ‘점의 연장선(連)이 地 ㅡ’라고 설명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자음 +(열십)자 도형에서 ㅁ을 자음의 근원이라고 임의로 설정하여, 입술소리체계에 함께 분류하지 않고 가운데에 별도로 구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음 +(열십)자 도형의 구성도 훈민정음(한글) 제자 원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합리성을 벗어난 막연한 추측과 애매한 모양에만 치우친 억지 구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질의 8>
⑪에서 자음 십자도와 모음 십자도를 겹치게 구성한 까닭은 무엇이며(사실은 겹치게 구성하지 않았고, 또 모음은 대각선으로 만들어져 십자도가 될 수 없음), ⑫에서 말한 ‘훈민정음체계도’가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 도안은 모음자 아래아(ㆍ)자를 가운데에 두었으나, 제자 원리상 ‘ㅏ,ㅑ’와 함께 구성해야 옳을 것 같고, 모음자 ‘l'와 ‘ㅡ’만 특별히 중복되게 구성해 일관성과 합리성이 없다. 더구나 모음을 대각선으로 나열하다보니 모두가 똑같은 모양이 되어 모음이 몇 개며 무슨 글자인지조차 구분을 할 수 없는 기이한 모음체계가 되었다. 또 자음 ‘ㅁ’과 모음 ‘ㆍ’를 합쳐서,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한 글자까지 새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필자가 보기에 자음자와 모음자를 사방과 팔방으로 나열한 이번 주화 도안에는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이 없는 것 같고 결국 ‘원방상형설’이란 것도 허구에 불과해 보인다.
그 밖에도 자음자 ㅇ과 ㅅ에 각각 획을 늘려서 만든 ‘ᅙ,ㅎ’이나 ‘ㅈ,ㅊ’을 주화용으로 디자인하면서, ㅅ을 위 가로획에는 붙였지만 ㅇ은 붙이지 않아 일관성이 없다. 자소 낱자일 경우는 붙여서 정방형이 되게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또 기본자에 획을 덧붙여 늘리려면 글자마다 ‘ㅇ,ㅅ’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져야 정방형이 된다. 그러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 그대로 두고 획만 늘렸으니, 한글 자음자의 구성원리라고 할 수 있는 바른네모꼴(정방형)과는 거리가 먼 구성이 되었다.
이상과 같이 위 주화 도안의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을 한 박 교수의 설명에 대하여, 필자의 견해를 덧붙여서 문제를 제기하고 질의하였다.
만일 합당한 해명이 없으면 주화 제작의 잘못이 확인됨으로써 어떤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글의 창제 정신과 과학성, 심오한 철학이 함부로 훼손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고, 누구든 한글의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심각하고 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에 즈음하여 한글과 한글 서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절실함을 실감하면서, 한글 서체 바로 세우기를 통한 한글의 세계화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 최근 박병천 교수가 주화 도안에 설명을 덧붙여 소개한 기념주화 모형 >
|
|
